어느덧 두 아이의 부모가 된 지 7년 차에 접어들었다. 결혼하고 한동안 이이가 생기지 않아 맘고생도 많이 하고 기도도 많이 했었다. 그때는 아이만 주시면 정말 최고의 부모가 되겠다고, 감사하며 키우겠다고 간절히 기도했던 기억들이 아득하기만 하다.
막상 예주가 우리에게 오고 나서 부모로서 온전히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그저 시중에 나와있는 육아 지침서들을 열심히 탐독하고 주변에 육아 선배들의 조언이나 SNS에 올라온 정보를 최대한 참고하여 예주를 키우면서 나 스스로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름 부모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착각하며 지금껏 지내온 듯하다.
위에서 착각이라고 한 이유는, '부모 면허' 책을 통해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내가, 우리 부부가 생각하고 행동했던 육아의 모습들이 모두 반쪽짜리 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헤이븐 기독학교 지원서류 목록을 보고 처음에 '북리포트? 와 제대로다'를 속으로 외치며 부담감을 안고 책을 손에 들었다. 책을 몇 장 읽지 않았는데도 나의 적나라한 모습이 점점 드러나 한장 한장 읽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만은 않았다. 비록 입학 지원 서류의 과제로 책을 읽게 됐지만 하나님께서 이 책을 통해 현재의 나의 모습을 제대로 알게 하시고 또 새로워지는 나의 모습을 기대하게 하시는 뜻이 계셨다는 것에 감사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자녀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얘기한다.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을 하나님의 관점으로 변화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부모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첫 장부터 큰 도전이다. 책에 소개된 사례처럼 '내가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뀔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속에서 흘러나왔다.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하나님께서 진정 우리에게 아이를 허락하시고 부모라는 사명을 주신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된다. 자식에 대한 관점이 하나님의 관점으로 변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녀의 가치를 바로 알아가며 부모의 올바른 역할과 행동을 이끌어 준다. 또한 아이를 바르게 양육할 수 있는 소중한 방법들을 구체적인 내용과 상황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부모, 멈춤의 시간' 코너를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또 아내와 같이 새로운 생각들을 나눌 수 있게 되어서 더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특별히 나에게 인상 깊었던 책의 구절들을 몇가지 소개한다.
모든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로 자기 자신을 보고, 부모가 나를 바라보는 눈길로 타인을 보고 또 세상을 본다. 만약 부모가 자녀인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기대한다면 남들도 나를 좋은 마음으로 기대하며 바라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부모의 눈길이 그 반대라면 온 세상이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기 쉽다. (p.127)
무심코 내가 자녀에게 했던 말들이나 행동이 내 자녀가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깨닫는 순간이었고 나의 무지함에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녀의 눈에 부모가 '부부로서' 행복해 보일 때 자녀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정감과 행복감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p.159)
부모가 늘 자녀만 바라보는것도 자녀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부부가 먼저 관계를 회복하고 바로 서야 자녀가 행복하다는 저자의 말에 우리 부부의 현재 모습을 다시 돌아보았고 너무 아이 위주로 살고 있지 않은지, 내가 아내에게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살필 수 있는 기회였다.
나 전달법은 자녀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 소유 상태를 자녀에게 알리는 데 있다. 이때 자녀가 자신의 행동을 바꿀지 말지는 온전히 자녀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나 전달법을 ‘알림 서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서 자녀 스스로 행동을 바꾸도록 알려주는 서비스인 것이다. (p.215)
너무나 좋은 양육 지침들이 책에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위 본문에서 얘기하고 있는 '나 전달법(I-message)'은 내가 바로 실제 적용해보고 있는 지침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모는 아마 '너 전달법'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그 의도가 잘 전달되지는 못해도 계속해서 '나 전달법'으로 아이와 소통하다 보면 아이 스스로 행동을 바꾸는 일들이 일어나리라 믿는다.
결론을 맺는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헤이븐 기독학교 지원 서류에 북리포트가 포함되어 있어 타의로 책을 들었지만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한 영혼을 맡기시고 우리는 그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이 묵상하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구절이 나와 이 땅의 모든 부모에게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아무 장애가 없게 하기 위해 살아가야 할 영광스러운 인생들이다. 나에게 맡기신 한 영혼인 자녀를 얻기 위해, 다음 세대를 이 땅에 남기기 위해 범사에 참으며 깨어 있어도 피곤치 않을 인생들이다. (p.271)